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4) - Sung, 번역 : 5니온

ⓒ 5니온 <Sung얼굴>
[세 번째 편지]
Sung -> Phie
(I’m Waiting for You: And Other Stories, p.299-300 중에서)
우리가 같은 우주선을 타고 ‘기다림의 궤도’를 항해 중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요!
삶의 여행에서는 물론이고, 이번 작업의 여행에서도,
당신이 있어준 덕분에 덜 외로웠습니다.
나의 경우에도
정확한 목소리를 찾는 일이 힘든 숙제였습니다.
선지자 나반의 상념에는 반복이 많은데,
한국어로 읽을 때는 불경 소리처럼 몽환적인 느낌을 주지만,
영어 독자들이 반복되는 표현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반복을 줄이는 것은 대안이 아니었습니다.
보영은 (최소한 번역 단계에서는) 삭제, 추가, 변형을 원하지 않았고,
나는 목소리 실험을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단어의 수위와 문장의 구조를 이리저리 움직여보면서
글의 운율성이 “강조”되게 하는 실험이었지요.
「저 이승의 선지자」를 쓸 때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보영의 말을 떠올리면서,
나는 오디오북 두 권을 들었습니다.
Emily Wilson이 영어로 번역한 The Odyssey와 Madeline Miller의 Circe.
이 두 권을 듣고 또 들으면서
내 머릿속을 여기서 들려오는 목소리들로 채웠습니다.
이 목소리들이 부르는 노래,
「저 이승의 선지자」의 작가가 부르는 노래,
그리고 나의 번역이라는 노래에서
어떤 화음이 만들어지기를 바랐습니다.
어떤 ‘합일’ 같은 것을 바랐습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저마다 지옥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에서 지옥은 고립이고
「당신에게 가고 있어」에서 지옥은 타인이고
「저 이승의 선지자」에서 지옥은 망상이고....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 중에 포기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요?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요?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에는 전혀 다른 세계들이 나오지만,
나에게는 이 이야기들이 전부 에픽 로맨스라고 느껴집니다.
현실 속 커플의 이야기까지도요.
위기는 미움과 사랑을 동시에 쏟아져 나오게 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사랑할 기회, 웃을 기회, 친절할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생각을
날마다 떠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신도 부디 잘 있어주시길.
*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시리즈는 소설집 <I’m Waiting for You: And Other Stories (Harper Voyager, 2021)>¹ 의 역자 후기를, 번역가 5니온님께서 번역한 글이며 4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¹ : <I’m Waiting for You: And Other Stories (Harper Voyager, 2021)>
원작자 : 김보영, 원작 :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역:Phie), <당신에게 가고 있어>(역:Phie), <저 이승의 선지자>(역:Su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