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3) - Phie, 번역 : 5니온

ⓒ 5니온 <Phie 얼굴>
[세 번째 편지]
Phie -> Sung
(I’m Waiting for You: And Other Stories, p.297-298 중에서)
당신의 질문에 대답해보자면,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첫 페이지에서부터
시간과 성별이라는 두 수수께끼와 씨름해야 했습니다.
어떤 번역자에게는 그 둘이 전혀 수수께끼가 아니겠지만,
나에게 그 둘은
내 머리를 어질어질하게 하고 내 심장을 쓰라리게 할 정도로 힘든 수수께끼였습니다.
성별이 남자인 그 사람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동료들과 협력했던 시간들이 생각나요.
우리가 찾으려고 했던 것은
한 남자의 목소리가 아닌, 바로 그 사람의 목소리였지요.
주변 인물 리스트를 만들어서 보영에게 보냈던 기억도 나네요.
나는 보영에게 각 인물의 성별을 알려달라고 부탁했지요.
첫 번째 우주선 선장은 노년 남성이지만 다른 인물들의 성별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보영은 알려주더군요.
커플의 편지를 옮길 때도 목록을 만들어야 했었어요.
그때는 반복되는 문장과 표현의 목록이었지요.
두 군데 정도를 제외하고는 약간 다르게 옮겨지면 좋겠다고
보영은 알려주더군요.
이 모든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얼마나 작은지,
우리를 둘러싼 것들이 얼마나 엄청날 수 있는지,
하지만 또 얼마나 덧없이 사라질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지,
하지만 그 작은 것들이 여전히 얼마나 중요할 수 있는지
계속 떠올리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또 무슨 일이 닥쳐올지 모르지만,
나는 우리가 이번 여행을 함께 했다는 것이 기쁘고
이 세상이라는 거대한 우주선 안에서
우리가 이렇게 같은 시간 속을 여행하고 있다는 것도 기뻐요.
*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시리즈는 소설집 <I’m Waiting for You: And Other Stories (Harper Voyager, 2021)>¹ 의 역자 후기를, 번역가 5니온님께서 번역한 글이며 4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¹ : <I’m Waiting for You: And Other Stories (Harper Voyager, 2021)>
원작자 : 김보영, 원작 :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역:Phie), <당신에게 가고 있어>(역:Phie), <저 이승의 선지자>(역:Su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