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2) - Sung, 번역 : 5니온
최종 수정일: 2021년 12월 19일

ⓒ 5니온 <Sung 얼굴>
[두 번째 편지]
Sung -> Phie
(I’m Waiting for You: And Other Stories, p.295-296 중에서)
이 책을 작업하던 그때를 거의 일 년 만에 돌아봅니다.
이 작업은 나에게는 일단 감정적인 경험으로 다가왔습니다.
처음에는 텍스트의 복잡한 우주에 매료당했고,
작업 중에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면서 두려워졌고,
아이폰의 딕테이션 기능을 사용해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답답해했고,
편집 단계에서 내 몫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에 죄스러웠고,
무엇보다도,
번역자가 출간 전에 처리해야 하는 무수한 자잘한 업무를 대신 떠맡아준 당신에게
한없이 고마웠지요.
함께 작업하면서 무수한 메일과 카톡을 주고받았던 우리가
이 공동작업을 이렇게 편지로 마무리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적절하게 느껴지네요.
(SungPhie팀이여, 영원하라!)
작업을 둘러싼 상황은 감정적이었지만,
번역 작업 그 자체는 나에게는 왕성한 지식 활동이었어요.
당신이 한국 발라드를 들으면서 울곤 했다면,
나는 몇 시간씩 유튜브 화면을 보면서 울기 직전까지 가곤 했거든요.
초끈 이론이 뭔지 알아보려던 것이었지요.
(그게 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번역자를 일반 상대성 이론, 유전학, 불교철학, 세계 신화의 토끼굴에 빠뜨리는 이런 책을
내가 또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네요. ¹
“코카인 기반의 세계”가 이렇지 않겠느냐는 것이
「저 이승의 선지자」를 번역 초고로 읽은 우리 친구 안톤의 간결한 표현이었지요. ²
당신에게도 혼자 해결해야 했던 난제들이 있었을 텐데. 그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예를 들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에서
주인공 커플이 주고받는 편지의 흐름이 솔기 없이 자연스럽게 옮겨진 것에
나는 한 독자로서 정말 감탄했어요.)
뉴욕에서 당신을 다시 만났던 그때가 나에게도 전생처럼 느껴져요.
남의 생을 살고 나온 느낌이라고 할까요.
지금의 생활과 비교되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아요.
거의 집에 틀어박혀 있고 (프리랜서 번역가의 기준으로 봐도 심한 정도예요;;)
날마다 몇 번씩 긴급재난문자 경보가 울리고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것, 체육 시설에 가지 않는 것이 일상이 되고...
하지만 우리가 다 함께 만날 날을 나도 기다리고 있어요! 그날이 곧 오겠지요!
1) “TMI일지 모르지만, 김보영 작가님 인터뷰에서 보니, 불교보다도 미국 원주민 신화에서 더 많은 영감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 5니온의 번역에 대한 원저자 Sung의 논평
2) “‘약 빨고 짠 세계관’이라고 하면 너무 저급한 번역이겠지요?” - 5니온의 번역에 대한 원저자 Sung 의 논평
*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시리즈는 소설집 <I’m Waiting for You: And Other Stories (Harper Voyager, 2021)>¹ 의 역자 후기를, 번역가 5니온님께서 번역한 글이며 4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¹ : <I’m Waiting for You: And Other Stories (Harper Voyager, 2021)>
원작자 : 김보영, 원작 :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역:Phie), <당신에게 가고 있어>(역:Phie), <저 이승의 선지자>(역:Su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