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1) - Phie, 번역 : 5니온

최종 수정일: 2021년 12월 26일


ⓒ 5니온 <Phie의 얼굴>



[첫 번째 편지]

Phie -> Sung

(I’m Waiting for You: And Other Stories, p.293-294 중에서)


트위터에서 “번역은 신성하다”라는 밈 본 적 있어요? 「옥자」에 나오는 K의 문신 사진인데.

우리 번역이 신성한 번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분명 운명적인 번역이었던 거 같아요.

당신은 「저 이승의 선지자」로 대산 지원금을 받고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로 PEN Presents를 받으면서

처음으로 높이 떠오르는 듯한 시간을 맞기도 했지만,

작업을 진행하면서는 당신은 당신대로, 나는 나대로

처음으로 바닥으로 가라앉는 듯한 시간을 맞기도 했지요.

「당신에게 가고 있어」 마지막 장면을 작업하는 동안

이적의 초超감성 발라드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과

김윤아의 「고잉홈」을 들으면서 훌쩍훌쩍 울던 그날들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거 같아요.

당신이 겪어낸 일을 듣고 내 가슴이 얼마나 철렁 내려 앉았는지도요.

그때 당신이 내 도움을 받아주었던 것이 나에게는 정말 특권으로 느껴져요.


우리는 서울에서 헤어졌다가

(당신은 싱가폴로 가고, 나는 토론토로 가고)

2019년 11월에 Rochester NY 호텔 행사장에서 다시 만났지요.

눈 내리던 그날,

하고 많은 장소 중에 하필 그곳에서

사방에는 다른 번역가들, 작가들이 있고...

나는 당신을 본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당신도 똑같은 순간을 넘기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우리는 곧 서로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면서 어울리려고 최선을 다했었지요.

(어울리기 = 도망치고 싶은 것을 애써 참으면서 뷔페 먹기).

전생을 함께 보낸 사람을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난 느낌,

그 전생에 대한 모든 기억과 함께 다시 만난 느낌이었어요.


나에게는 자꾸 상상하게 되는 장면이 있어요.

자꾸 꾸게 되는 꿈 같기도 한데,

당신, 나, 보영, 토니, 진희,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의 커플(현실속 커플과 소설속 커플),

이렇게 우리가 다 함께 보영네 집 근처에 있는 작은 골짜기에 둘러앉아 있는 장면이에요.

(거기서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중 한 마리가 선지자 나반일 수도 있겠네요.)

계절은 여름인 것 같은데,

거기서 우리가 다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어떤 스토리에 대해,

어떤 등장인물에 대해,

사람을 번역할 때 쓸 수 있는 성별 없는 대명사에 대해,

꽃 이름을 번역할 때 떠오르는 다양한 모양과 색깔과 향기에 대해...

그저 꿈이어도 좋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의 예감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시리즈는 소설집 <I’m Waiting for You: And Other Stories (Harper Voyager, 2021)>¹ 의 역자 후기를, 번역가 5니온님께서 번역한 글이며 4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¹ : <I’m Waiting for You: And Other Stories (Harper Voyager, 2021)>

원작자 : 김보영, 원작 :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역:Phie), <당신에게 가고 있어>(역:Phie), <저 이승의 선지자>(역:Sung)













**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 SungPhie> 의 역자 5니온 님의 메세지 :

1. I’m Waiting for You의 역자후기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혼자 읽기가 너무 아까웠어요. 영어를 안 읽는 분들에게도 전해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옮겨보았습니다. 역자후기라고 하지만, 형식은 공역자 두 분이 주고받는 사랑과 우정의 편지예요.

2. 영어해독 가능자 분들은 SungPhie의 소식을 smokingtigers.com 에서 볼 수 있어요!

Sung은 세경본풀이에 나오는 제주 여신 자청비 신화를 영어로 번역하셨다고 해요! 제주방언보다 영어가 쉬운 독자에게는 너무 반가운 소식일 거 같아요! Phie는 한국전쟁 이후의 여성 작가들을 연구하고 계시다고 해요! 어느 작가들을 중요하게 연구하시는지 궁금해요.


***

이 링크를 통해 [산조르디 뉴욕 문학 축제 : 김보영 작가와 번역가들의 대담] 을 영상으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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