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 민재


ⓒ 민재




이 향기를 누구의 향기라고 명명하면 좋을까. 향기는 여전한데 너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서 이젠 잘 모르겠다. 향기엔 기억이 필요해. 기억이 없는 향기는 의미가 없다고,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이렇게 너의 향기에 집착하는 나를 알면 너는 나에게 어떻게 할까. 더럽다고 말할까. 역겹다고 밀어낼까. 끈질기다고 소리칠까.

네가 약해진다면 어떻게 되든 좋다고 생각한다. 약해져서, 자신의 냄새를 알 수 없게 되어서, 다른 이들에겐 있는 강함을 가지고 싶어서 발악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든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무게를 실었던 손잡이를 잡으면 그 따뜻함이 더럽게 싫어 손잡이를 손수건으로 꽁꽁 싸매 겨우 잡던 나는 이렇게 자랐다. 나 어른이 됐어. 살려줘.

난 어른이지만 아직 궁금해. 궁금한 건 누굴 족쳐야 알 수 있을까. 난 이제 손잡이에 몸을 기대기도 해. 네 향기를 내 향기로 만들 수도 있어.

네가 약해지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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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도래를 부러워한다. 옷차림이 얇아지고 더운 공기가 느껴진다. 곧 매미가 울 것이다. 사람들은 들이닥칠 더위를 마다하면서도 여름의 냄새를 맡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아니, 냄새 먼저가 아니다. 그들은 계절의 존재를 확실히 알고 있다.

혼자만의 독 毒에 빠져 재고 再考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던 시간이 길었다. 매 계절이 지겨웠다. 그러던 내게 너와 바위에 앉아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때부터 나는 계절을 실감하는 방법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가을에는 쌀쌀한 바람을 버티며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지. 겨울은 바위가 얼음이 되곤 했잖아. 거기서 눈을 맞으면 참 좋았는데. 봄은 수수하게 완벽했다. 거기서 너와 나누었던 이야기와 침묵들. 침묵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너에게서 배웠다.

이 사람을 너무 오래 보고 있군, 이라고 생각한 적 있어?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 눈꺼풀이 무거워진 적은? 대화로 온몸이 검게 물들었던 순간은? 나는 있어. 그것도 많이. 왜 이런 말을 하냐면…… 너를 마주할 땐 절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어서야. 더럽게 직설적인 말밖에 하지 못하는 나는 그렇고 그런 사람이 되기는 글렀다. 근데 꼭 멋진 말을 해야 할까?

이제 더 이상 너를 걱정하지 않을 거란 말을 기억한다. 누워서 알약을 삼키면 목이 아프다. 냉소적이기만 한 사람은 멋이 없다. 펑크는 음악이 아니라 음악을 지우는 것이라고 했다. 병원에서의 일방적인 대화가 잊히지 않는다. 가끔 심장은 쉽게 멈출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많다.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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